저기요…
…저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ZUZ · 기록자 피터
안녕. 나는 피터야.
사람들이 나눈 이야기를 적어 두는 일을 해.
내가 적어 둔 걸 조금 보여 줄게.
01 — 옆자리가 있던 때
그땐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 다들 그렇게 지냈으니까.
03 — 왜 이렇게 됐을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수십억 명이 됐어.
소개해 주던 친구는 줄고, 다들 혼자 골라야 했지.
거기에 사기꾼까지 섞이니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됐고.
04 — 이번엔 내가
그때는 왜 그렇게 쉬웠을까.
그냥 옆에 있었고옆집, 같은 술집, 같은 서버
같이 할 게 있었고놀이, 술 한 잔, 사냥
말 걸어도 괜찮았어거기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그 자리를 다시 만들 거야. 이번엔 동네가 아니라, 세상 전체에.
누가 맞을지 고르는 것도, 옆자리에 앉히는 것도 내가 할게. 먼저 말 걸 걱정은 없어.
너는 그냥, 얘기만 하면 돼.
05 — 부산과 파리
부산에 사는 사람이 하나 있어. 파리에도 한 사람이 있고.
둘은 서로를 고르지 않았어. 내가 둘을 옆자리에 앉혔을 뿐이야.
처음엔 사자와 토끼가 되어 딱 5분. 서로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대.
풀만 뜯어 먹는 것도 이제 지겹다. 사자 님은 요즘 뭐 먹고 살아?풀만 뜯어 먹는 것도 이제 지겹다. 사자 님은 요즘 뭐 먹고 살아?
Moi ? Je suis au régime, alors je mange de l'herbe aussi.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나도 풀 먹어.
다음엔 계절 얘기로 15분. 정해 준 주제인데도 금세 가까워졌어.
봄이 최고지. 벚꽃 필 때 바다 앞을 걸어 봐.봄이 최고지. 벚꽃 필 때 바다 앞을 걸어 봐.
Non, l'automne. Quand il pleut sur les toits.아니, 가을이지. 지붕 위로 비가 내릴 때.
그다음엔 며칠을, 출근길에 한마디 자기 전에 한마디.
출근길이야. 오늘 바람 좋다.출근길이야. 오늘 바람 좋다.
Ici, il est minuit. Bonne nuit !여긴 자정이야. 잘 자!
그렇게 시간이 쌓여서, 둘은 친구가 됐어.
06 — 믿을 수 있었던 이유
남을 잘 안 믿는 요즘, 둘은 어떻게 서로를 믿게 됐을까.
조심할 건 내가 먼저 챙겨 뒀거든.
예전 옆자리는 원래 그랬어.
그 자리를 다시 만든 것뿐이야.
너한테도 그런 옆자리가 생길 거야.
저기, 있잖아.
응, 말해 봐.
— 기록자, 피터